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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식 저탄소 녹색성장, 녹색뉴딜의 한계


1) 저탄소 녹색성장인가? 고탄소 회색성장인가?

토마스 쿤에 의해 제시된 ‘패러다임’이라는 개념은 “한 시대를 지배하는 과학적 인식·이론·관습·사고·관념·가치관 등이 결합된 총체적인 틀 또는 개념의 집합체로 정의”된다. 단순화 시키면 시대를 대표하는 뼈대이자 표준꼴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MB정부가 어느날 갑자기 툭 던진 “새로운 국가발전의 비전”으로서의 “저탄소 녹색성장”을 자칭 패러다임의 변화로 부를 수 있을까? 더군다나 정체가 불명확한 저탄소 녹색성장을 강력하게 추진하기 위해 “녹색성장기본법”마저 입법발의를 해놓고, 어마어마한 예산을 투입해 녹색뉴딜과 신성장동력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선언을 이미 해놓은 ‘속도전’의 상황에서 합리적 토론과 사회적 합의는 아예 실종된 지가 오래다.

2) ‘녹색’과 ‘성장’의 충돌

아무리 미사여구로 표현한다하더라도 현실에서는 “녹색”과 “성장”이 충돌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성장주의자들은 경제와 환경이 상생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들이 환경을 더 견원시 하기에 오히려 환경갈등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게 된다.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서는 “녹색과 성장의 현실적 충돌지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는 고민이 깊게 배어있어야 한다. 그런 고민과 현명한 해답이 담겨지지 않은 상투적인 레토릭으로는 전환은 고사하고 후퇴로 귀결될 게 뻔하다.

아닌게 아니라 MB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제시하고 난후, 그린벨트와 어마어마한 면적의 군사시설보호구역을 해제했다. 또 수도권규제를 완화해서 팔당상수원 인근에 대규모 개발이 가능토록 활짝 문을 열었다. 또 보금자리주택 보급을 위해서 환경영향평가도 대폭 축소하고, 각종 환경규제를 거의 유명무실화시키는 법안을 상정시켜 놨다.

그것도 모자라 하천정비사업으로 포장하여 사실상 한반도대운하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통령과 한나라당 대표 간의 대화에서 온 나라에 공사소리가 울려 퍼지도록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말이 오갔다니 아연실색할 일이다.

3) 만시지탄, 녹색뉴딜사업

정부는 추진 목적에서 "녹색과 뉴딜을 함께 추진함으로써 잠재적 성장동력 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 등 구체적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정책으로 승화․발전"시킨다고 제시했다.

이미 전지구적 환경위협이 구체화되고 있고, 기후변화협약 등 국제적인 통상규제 수준으로 작동하고 있는 환경문제를 도외시한 채 기존의 요소투입위주, 성장위주의 경제정책을 지속시킬 수 없다는 것은 더 이상 설명이 불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사회․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한 사회양극화의 심화, 상대적으로 열악한 복지 수준으로 인한 사회안전망 취약 등은 우리 사회의 통합적 발전을 저해하는 핵심적인 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할 때, 녹색뉴딜 정책은 만시지탄의 관점에서 봐야할 측면이 더 크다.

3) 녹색뉴딜사업의 갖춰야 할 기본조건

녹색뉴딜사업은 기존의 성장패러다임을 부정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구체적인 전략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면 녹색뉴딜사업은 어떤 가치를 담는지가 분명해야 하는데 "1) 사회․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한 사회양극화 해소, 2) 사회안전망 강화, 3) 요소투입위주의 경제성장을 지양하고 자립적 기반을 강화"라는 기본조건을 갖추지 않으면 녹색뉴딜사업이라고 할 수 없다.

루즈벨트 대통령이 추진한 뉴딜사업은 미국사회에 만연해 있던 불평등을 해소하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었고, 주요방법 중의 하나가 전후 복구의 상황 속에서 SOC사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었다.

실제로 1930년대까지 미국사회는 기나긴 "도금시대"를 유지해 오면서 빈부격차가 어마어마한 수준으로 벌어졌고, 사회안전망이 너무나 취약하여 사회갈등이 심각한 수준이었는데 이러한 현상을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이 끊임없이 시도되었다.

따라서 뉴딜사업의 결과 역시도 "부유층과 노동자계급의 소득격차가 급격히 줄고, 노동자 사이의 임금차도 줄어든 현상"을 가장 강조하고 있고, 1932년 위스콘신주가 실업보험제도를 도입하면서부터 시작된 사회보장제도의 강화가 실질적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러한 뉴딜사업의 핵심적인 가치와 내용은 뒤로 제쳐놓고 "뉴딜사업은 일자리 창출용 대규모 공공투자 사업"이라는 토건국가식 인식의 한계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명박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녹색뉴딜사업은 토건국가식의 뉴딜사업에 대한 인식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녹색'역시 소위 '돈 되는 녹색'에만 집착하고 있어 진정한 의미의 녹색뉴딜사업이라고 할 수 없다.

4) 녹색뉴딜사업의 쟁점과 한계

(1) 기존의 반환경적이거나 낙후된 제도 개선이 바탕에 깔려 있지 않음

새로운 정책이 탄력을 받고 추진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제도적 걸림돌, 기존의 주도적 흐름을 제압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그런데 상이한 제도나 정책이 상존하는 상황, 혹은 제도적으로나 재정․인력적인 측면에서 기존의 힘이 더 크게 작동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새로운 정책은 실패를 전제할 수밖에 없다.

예컨대, 에너지다소비업체에 상당한 국가재정을 들여 요금보조를 하는 상황을 방치한 채로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통한 일자리 창출사업이 힘있게 추진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mb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녹색뉴딜사업 추진계획 어디에도 이러한 기존제도의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내용을 찾아볼 수 없고, 특히나 일자리 창출을 이전과는 다른 분야와 방식으로 한다는 것은 그만큼 정잭목표와 의지를 확고하게 제시해야 민간과 가계의 투자를 이끌어내면서 성공할 수 있다.

(2) 공간적으로 잘 계획되어 지역적 특성을 살려야 하는데 그렇지 못함

새로운 녹색일자리의 창출은 기존 회색일자리의 소멸을 전제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예컨대 유기농업으로 전환을 통해 녹색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지만 살충제 제조와 화학비료 제조관련 일자리는 상당히 줄어들 수밖에 없고, 대중교통의 활성화는 자가용 승용차의 소비가 줄어들게 만들고 기존방식의 자동차 생산 일자리는 줄어들게 될 것이다.

특히 우리사회는 수도권의 과다한 집중이라는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국가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지역의 발전전략이 새로운 발전패러다임에 녹아있어야 한다.

게다가 부분적으로는 기존방식의 일자리가 상실될 가능성이 큰 지역이 발생할 수 있고, 그럴 경우에 대비한 지역특화 전략이 검토되어야 한다.

이명박정부의 녹색뉴딜사업은 총론적이고 전체적인 계획만 있고, 지역적인 계획이 면밀하게 검토되지 못한 한계가 분명하다.

(3) 기업과 정부를 주요주체로 설정한 한계

1940년대의 뉴딜사업은 이후 유럽에서도 추진된 사례가 많은데, 영국의 경우 1990년대에 뉴딜 프로젝트가 추진된 바가 있다.

유럽연합에서도 1990년대에 "유럽연합 내 환경 일자리 창출을 위한 인식개선 캠페인"을 추진하면서 국가별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여기에서 강조되고 있는 것 중의 하나는 NGO와 노동조합을 주요한 주체로 삼았다는 점인데, 새로운 전환을 위한 준비가 되어 있는 그룹이라는 점, 자신이 처한 조건과 지향이 일치한다는 점 등이 이유다.

미국에서는 "저소득층 주택에너지 효율화 사업(Weatherization Assistance Program, WAP)"을 추진하면서 공공기관보다는 지역의 상황을 더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어 훨씬 생산적인 전달체계를 갖출 수 있는 CBO를 주요 주체로 설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명박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녹색뉴딜사업은 정부와 기업이 고용문제 해결을 주도한다는 인식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전달체계가 경직되고, 시혜적으로 추진됨으로 인해 자립적 기반을 형성하여 지속성을 갖추는데 한계가 클 것으로 보인다.

(4) 여러 정책수단과 결합되지 못한 한계가 뚜렷함

유럽연합이 10여 년 전부터 환경 일자리 창출을 추진하면서 강조하고 있는 점은 환경규제의 강화와 친환경 조세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생태계 보전을 통한 녹색관광 활성화, 유기농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기존의 일반농업정책(Common Agricultural Policy)에 의해 지급되는 보조금과 충돌되는 요소를 걷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고, 친환경자동차 도입과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탄소세를 도입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은 누차 강조된 바가 있다.

하지만 이명박정부의 녹색뉴딜사업에서는 기존 산업을 유지하는 전제조건과 기업위주의 사고방식에 묶여 환경규제는 오히려 대폭 완화시키고, 환경세제 도입은 꺼리고 있기 때문에 유일한 수단은 정부가 재정을 투입하거나 시장질서에 의존하는 길만을 열어 놓은 꼴이므로 큰 장벽이 놓여 있다.

(5) 농업, 농촌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음

유럽과 미국의 경험에 의하면 녹색 일자리 창출을 핵심은 농업과 농촌이다. 우리의 농업과 농촌은 거의 무방비 상태이며, 환경적 측면에서 볼 때 화학비료와 살충제의 과다한 사용이 먹거리 안전과 농촌의 환경오염이라는 고질적인 문제를 양산하고 있는 구조다.

영국의 경우 기존 농장을 유기농장으로 전환하여 획기적으로 고용을 증대시킨 사례가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장기적인 국가발전전략에 농업과 농촌에 대한 구상이 있어야 한다.

1945년부터 1992년 사이, 영국 농장에 고용된 정규직과 시간제 근로자와 가족 근로자의 수는 478,000명에서 135,000명으로 감소. 전국경제개발위원회(The National Economic Development Council)는 1990년대 중에 17내지 26퍼센트가 더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고, 또한 학교, 지역 상점, 의료 및 대중교통 서비스 등 농촌 서비스가 축소됨으로써 더 많은 일자리가 상실되고 있음

<표6> 유기농 전환 전후의 고용

근로자 (FTE)

전환 전

전환 후

주석

가족/소유자 (무급)

49.5

78

가족노동 60% 증가

영구적 전임자

26

47

전임노동 80% 증가

영구적 시간제 근로자

7

14.5

시간제 노동 100% 증가

임시직

7

39

임시직 550% 증가*

5) 진정한 녹색뉴딜을 위한 몇가지 제언

(1) 수송분야가 녹색일자리 창출의 핵심

수송분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30%를 차지하면서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여서 선진국에서도 수송분야에서 대안적인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동을 줄이는 공간계획, 자가용 운행을 줄이는 목표의 설정, 대중교통의 실질적인 활성화 등이 주요대책인데, 고속철도 조기완공 등 대규모 토목사업 중심으로 설정되어 있다.

영국의 경우 도로교통감소법안을 마련하여 도로교통량을 10%를 줄이는 대신 자전거, 버스, 철도여행의 증가를 통해 130,000개의 직접적인 고용을 창출하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그런데, 영국에서 이러한 수송분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유가의 지속적인 인상, 장거리 운행자에 대한 세금감면이라는 왜곡된 인센티브 제거, 도시주차의 2/3에 이르고 자가용 통근을 조장하는 작업장 내 무료 주차혜택을 없애기 위한 세금 도입" 등이 제도적 장치로 제시되었다.

(2) 수자원 확보보다 수자원 수요관리가 더 효과적임

유럽과 캐나다(댐건설보다 수요관리가 30%이상 고용효과가 크다고 보고됨)의 사례로 보더라도 식수전용댐을 건설한다든지 하는 수자원을 추가적으로 확보하는 것보다는 누수율을 줄이는데 투자하는 것이 훨씬 더 고용효과가 크다는 것이 밝혀져 있다.

유럽에서는 누수율을 낮추기 위해 누수탐지반을 고용하고, 관로개선사업을 적극적으로 벌여 고용을 늘리고 있으며, 하수처리 역시 같은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고, 나아가 하수슬러지와 농촌유기폐기물을 섞어 유기비료를 생산하는 고용도 늘리고 있은 상황이다.

(3) 에너지 기기도입보다 에너지 효율향상이 더 효과적임

녹색뉴딜사업의 기본조건이 불평등을 줄이고 사회안정망을 강화하는 것이기에 새로운 신규사업을 추진하기 이전에 에너지 빈곤계층에 대한 에너지복지를 강화하는 것이 우선해야 한다.

미국의 WAP사업, 영국의 Warm Front 사업 및 CHP사업 등은 저소득층의 에너지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환경 일자리를 창출하는 오래되고 모범적인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방식의 저소득층 에너지효율화사업이 훨씬 더 고용효과가 크다는 것이 이미 밝혀져 있다.

<표7> 해외연구의 재생가능에너지분야 일자리 창출계수 적용한

한국의 일자리 잠재력 : 고정 일자리 창출계수 적용

적용사례

재생가능에너지

제조

건설

유지 및 보수

총 일자리수

I

풍력

6,779

1,445

213

8,437

태양광

40,013

8,346

48,359

소계

46,792

10,004

56,796

II

풍력

-

5,461

616

6,077

태양광

-

9,139

154

9,293

바이오매스

-

140

160

300

소계

-

14,740

930

15,670

III

풍력(육지)

6,460

1,870

213

8,543

풍력(해양)

(6,460)

(2,508)

(213)

(9181)

태양광

40,013

9,088

128

49,229

바이오매스

140

67

207

소계

57,571(58,209)

402

57,979

(58,617)

주: ( )안의 수치는 풍력을 해양에 설치할 경우임.

미국의 사례와 현재 진행 중인 집수리사업을 검토한 결과 1억원당 5.2~5.6개의 사회적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생가능에너지 분야에서 창출가능한 총 일자리수는 풍력의 경우 약 6,000~9,400 여개 정도(해양풍력의 경우 9,100여개), 태양광은 약 50,000개 남짓한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런 계산에는 제조가 모두 한국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가정하고 있으므로 100% 수입에 의존한다면 건설과 유지 및 보수와 관련된 일자리만 생길 것이므로 창출될 일자리 수는 상당히 작아지게 된다. 바이오매스의 경우에는 현재 발생하는 축분을 음식물 폐기물과 혼합하여 바이오가스를 생산, 전기와 열을 생산하는 접근만으로도 3만여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4) 단순 재활용이 아니라 재제조 산업의 활성화

영국의 "Rank Xerox" 사례가 대표적인데, 기존 시스템을 활용하여 잉여장비를 수집하고, 이를 해체하기 위하여 네덜란드 벤리(Venray), 프랑스 리이유(Lille), 영국 미첼딘(Mitcheldean)의 자산관리 센터를 설치하였고, 회수된 장비로부터 재가공된 부품 일부를 장착한 최신제품과 대부분 재생 부품으로 구성된 구형 장비로 만들어진 재생 제품을 가격탄력성이 심한 시장에 내놓았다.

처음에는 30%가 회사의 서비스조직을 통하여 회수되었는데, 1995년에는 3분의 2로 증가하여 120,000대중 80,000대로 증가하였다. 이 중 60,000대는 재생 및 재판매되었고, 20,000대는 부품 공급에 사용되었다.

Rank Xerox는 회수된 재료를 재활용함으로써 미사용 원자재 구매에서 £5000을 절감하였고, 400명 이상의 추가고용을 발생시켰다.

국내에서도 시도되었다가 대기업 반발에 주춤했는데, 문제가 되었던 지점을 해결하면서 재추진할 필요가 있다.

* 한국환경회의 주최 토론회 ( 09. 2. 17) 발제문의 일부입니다.

Posted by 오성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