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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강남3구가 부동산 시장을 지배하는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역설

요즘 강남에서는 두 가지 길에 대한 선택을 분명히 해야 하는 상황 놓고 이렇다 저렇다 말이 많은 모양이다. 얘기인 즉 "명예나 권력을 위해 강남 거주를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권력이나 명예를 포기하고 실리를 쫒아 강남의 고급 주택을 소유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 문제를 놓고 누구는 이런 선택을 했다더라, 또 누구는 저런 선택을 했는데 참 많은 고심을 했고 대단한 결단이라는 둥의 술안주 거리도 못되는

얘기들이다.

수년 전부터, 정확히 말하자면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2000년 이후부터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풍경이 소위 고관대작 후보자들의 부적절한 부동산 소유문제다. 이 문제는 단순히 후보자들의 흠결을 꼬집는 문제를 넘어서서 이제는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느냐 못하느냐의 문제로 가장 결정력이 높은 청렴성 측정항목이 되었다. 누구는 다운계약서 작성으로 탈세를 했다는 얘기로, 다른 이는 가계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고스란히 강남의 고가 아파트를 사는 데 써도 사지 못할 집을 소유한 것이 들통 나서 낙마한 경우를 봤다. 특히 mb정부가 조각명단을 발표했을 때 많은 장관 지명자들이 강남에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었기에 "강부자 내각"이란 조소거리가 되기도 했다.

강남에서 노른자위 권력을 갖고, 부동산 투기(투자?)로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들이는 사람들에게 노블레스 오블리주란 없다. 돈과 명예를 한 손에 쥐고자 혈안이 되어 있는 사람들, 이제야 돈이나 명예냐를 놓고 어느 하나를 내려놓으니 마치 대단한 결심을 한 것처럼 회자되는 동네에는 애당초 사회지도층에 따르는 도덕적 책무란 어울리지 않았던 고양이 방울이었다. 그래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역설은 강남의 부동산이 여전히 큰 힘을 발휘하고 있는 현실을 잘 반영해주고 있는 단면이다. 도대체 강남의 부동산은 왜 그토록 강력한가?

그들만의 천국을 넘어 좀비 양산 구조로

하도 변화무쌍한 부동산 공화국이라 정확한 통계를 짚어내기는 어렵지만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는 약 40만호의 아파트가 있다고 한다. 잠실 주공을 포함한 재건축, 용적률 완화 등으로 인해 향후 강남의 아파트 공급량은 다소 늘어날 전망이긴 하지만 근본적인 공급 제약이 있다. 기본적인 시장원리로 본다면 수요대비 공급부족이 강남의 부동산 값이 고공행진을 한다고 말할 수 있으나 강남의 특수성을 놓고 보면 지극히 표피적인 얘기에 불과 하다. 굳이 공급부족을 말한다면 서울이 동일한 처지고, 집없는 사람들은 강북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강남3구는 부동산을 지배하는지에 대해 좀 더 분명한 설명이 필요하다.

첫째, 강남 부동산 소유자들이 정부정책을 결정한다.

강남에는 많은 고위공직자들이 거주한다. 1급 이상 공직자들의 거

주지를 조사하면 대략 2~30%가 강남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정부의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 배타적인 수사권을 가지고 사법적 판단을 하는 사람들, 국회에서 입법을 책임지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강남에 산다. 그래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항상 강남을 잣대로 이뤄진다. 부동산 규제완화도 강남을 염두에 두고 추진되고, 대규모 신도시를 지정할 때도 항상 "강남 대체 공급"을 운운한다. 물론 강남의 고관대작들은 옆집과 윗집, 아랫집에 사는 모 투자회사 사장, 대기업 임원, 부동산 졸부와 연결되어 있다. 인사청문회를 보고 있노라면 친구가 집 사는데 돈을 대줬다거나, 동생(금전적 능력도 없는데)이 빌려줬다는 핑계를 대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그 때의 친구와 동생은 그들만의 카르텔이라고 보이는 것이 상식이다. 이런 구조는 강남카르텔이 부동산 정책을 지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둘째, 정권의 보수적 부동산 정책추진이 강남에 불로소득을 안긴다.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자마자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대대적인 수술을 단행했다. 대표적인 것이 그 전부터 만신창이로 만들어 놓은 종부세를 폐지한 것이다. 이것은 분명히 강남 부자들을 위한 대책이었다. 그리고는 강남 3구에 씌어 두었던 투기과열지구를 해제하겠다는 발언을 공공연히 하는가하면 지난 7월에는 대대적인 규제완화를 단행해서 소형평형 의무비율을 완화하고 용적률을 30%가량 높여주었다. 게다가 재개발․재건축 입주권 거래를 완화해서 투기적 거래를 활성화시켰다. 재건축관련 규제완화가 가구당 평균 2억5천만원 이상의 기대수익을 안겨줬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 아닌가? 여기에 보수언론의 역할은 참으로 지대하다. 늘 부동산 투자를 돈 버는 제1의 방법인 것처럼 소개하면서 너도 나도 나서기를 주문하는가 하면, 항상 강남을 규제완화하라고 부추긴다. 이 덕택에 강남에서는 mb정권의 지지도가 평균이상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것은 강남이 권력과 여론을 지배한다는 얘기다.

셋째, 빈부격차의 심화는 곧 높은 진입장벽을 만들고, 그들만의 천국으로 구조화 된다.

97년 외환금융위기 때 단기적 초강경 경기부양책은 재벌과 강남부유층의 금고는 두둑이 해줬지만 서민들의 지갑은 얇아만 갔다. 마찬가지로 세계경제위기 상황을 맞은 지금의 경기부양책 역시 시장에 풀린 돈이 서울, 그중에서도 강남으로 집중되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의 전세값이 27주 연속 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정부는 변죽만 울리고 있다. 좀 더 올라야 확실한 진입장벽이 쳐질 수 있다는 의도가 깔려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높은 진입장벽은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높여 소위 강남러쉬라는 좀비수요를 만들어내기에 충분하다.

사실 이런 좀비수요가 강남3구 부동산의 지배력을 키우고, 불패신화를 이어가는 가장 큰 사회적 기재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역시 좀비는 좀비일 뿐이다. 40만호가 갑자기 80만호가 절대 될 수 없고, 더군다나 강남사람들이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넷째, 강남은 현대판 계급의 재생산 구조를 확실하게 구축하고 있다.

과거의 계급은 생산과정에서 차지하는 역할에서 구분이 되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재산과 직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켜졌고, 재산을 표상하는 거주지가 계급을 결정하는 주요요소가 되고 있다. 게다가 현재의 계급뿐만 아니라 재생산되는 구조가 분명하게 정착되어가고 있다. 더 이상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가 아니다. 지금의 현실에서 계급을 재생산하는 두 축은 부동산과 교육이다. 누가 강남에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느냐와 누가 자사고, 특목고, 외고에 진학해서 유명대학을 가느냐, 혹은 조기 유학을 다녀오느냐가 계급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다. 이미 행정고시 출신의 3~40%가 강남출신이라는 얘기가 있다. 후대의 삶의 질이 강남에 사느냐 못사느냐에 따라 아예 결정된다고 하니 기를 쓰고 강남에 진입하거나, 강남흉내라도 내면서 살려고 하지 않겠는가?

좀비가 될 것인가?

아이러니 한 것은 본인은 종부세를 내지도 않고 낼 자격도 없는데 종부세를 세금폭탄이라며 폐지에 찬성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워낙 "세금폭탄"이라는 이데올로기가 강력한 탓도 있겠지만, 은연중에 그런 이데올로기에 포섭되어 강남의 좀비가 되었다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강남3구에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일확천금의 불로소득이 통째로 굴러들어온다면 그 사회가 정상적인 사회이겠는가? 열심히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 명퇴한 돈으로 부부가 하루 18시간씩 뼈 빠지게 작은 가게를 운영해서 땀 흘린 가치를 느끼려 하는 사람들에게는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우리 일상에서는 버젓이 벌어지고 있고, 좀 더 많은 불로소득을 안겨줘야 한다는 주장이 정부와 한나라당에서 나오고 있고, 이를 뒷받침하는 언론이 막강하다는 사실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그 어마어마한 모순 덩어리를 걷어내는 길은 강남의 좀비가 되지 않는 길 밖에 없다.

오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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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오성규